2025. 5. 2. 03:38ㆍ팩트체크/이슈 팩트체크(근거찾기)
[팩트체크] 지역화폐법 개정안 거부하는 정부의 근거가 사실일까?
윤석열 대통령은 2024년 10월 2일 이른바 쌍특검법과 지역사랑상품권(화폐)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습니다. 이번 정부 들어 24번째 거부권입니다.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해당 법률안에 대해 재의 요구 건의안을 의결했는데요. 당시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역사랑상품권 관련 법 개정안에 대해 "지방자치단체 자치권의 근간을 훼손하고, 헌법이 부여하고 있는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며, 재정 여력이 충분한 지자체에 더 많은 국가 재원이 투입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초래할 것"이라고 반대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또,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30일 지역화폐 개정안에 대해 "지방자치단체 자치권의 근간을 훼손하고 헌법이 부여하고 있는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더불어, "법률안 시행만으로 정부가 재정 지원 의무를 지게 됨에 따라 헌법상 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침해하여 삼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할 우려가 있습니다."고 한덕수 총리는 발언했습니다.
정부 입장에서 지역화폐법 개정안을 거부하는 3가지 근거에 대해서 팩트체크해 본 내용을 살펴보고 사실인지 알아보겠습니다.
1. 지역화폐법 개정안, 부익부 빈익빈을 초래할 것이다?
행안부의 내부지침에 따르면 현재 지역사랑상품권에 대해선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규모에 따라 지원 규모를 정합니다.
지자체를 3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할인율과 국비지원율을 다르게 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과 경기, 성남 화성 등 재정 자립도가 높은 곳엔 지원하지 않고, 일반자치단체는 2%, 그리고 인구감소지역엔 5%를 지원합니다.
상대적으로 재정 상태가 건전한 곳에 대한 국비 지원 규모를 줄이고, 지역 인구가 적어 세수입이 적은 곳엔 좀 더 많은 지원을 해 온 겁니다.
행정안전부 설명
현행법은 행안부가 지원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할 수 있다'고 규정했지만 개정안에선 '하여야 한다'고 정비 지원을 의무화했습니다.
개정안에 따라 의무가 되면 각 지자체의 신청을 받아 그대로 예산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게 행안부 설명입니다.
행안부가 재량을 갖고 기준을 정해 편성할 수 있는 권한이 사라지고, 재정 자립도와 상관없이 국비가 지원된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지자체의 재정 상태가 좋은 지자체가 더 많은 지원금을 받아가서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법안이 시행되면 관련 시행령 등 모든 규칙의 효력이 상실되면서, 다시 관련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고도 설명했습니다.
개정안 발의한 박정현 의원 설명
이 법안을 대표 발의한 박정현 의원실의 의견도 들어봤습니다.
우선 의무 규정이더라도 신청한 예산을 그대로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지금처럼 국비지원을 '0'으로 만들 순 없지만, 그 규모를 정부가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정부 들어 지역사랑상품권 국비 지원이 해마다 줄어 현재 '0'이 된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개정안의 신설 조문을 확인해 봤습니다.
개정 법률 제15조 6항에선 기재부 장관이 인구감소지역의 경우 관련 예산을 추가 편성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인구감소지역은 5년에 한 번씩 관련 법률에 따라 정부가 지정합니다.
2021년 정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은 모두 89개.
JTBC가 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 등을 통해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를 확인해보니 인구감소지역과 대부분 일치했습니다. (표4)
개정안을 보수적으로 해석해 행안부가 지자체의 재정자립도에 따라 국비지원 규모를 조절할 수 없게 되더라도, 기재부를 통해 재정 형편이 어려운 지자체에 추가 지원이 가능한 셈입니다.
적어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에서 '빈익빈'을 막을 수 있는 겁니다.
2.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을 침해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30일 지역화폐 개정안에 대해 "지방자치단체 자치권의 근간을 훼손하고 헌법이 부여하고 있는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첫째, 지방자치단체 자치권의 근간을 훼손합니다.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스스로 결정해서 집행하는 자치 사무입니다. 그러나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하지 않고 있는 53개 지자체는 이 법률안으로 인해 상품권 발행을 강제 받게 됩니다." (한덕수 국무총리, 지난달 30일 국무회의)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요청을 의결하며 밝힌 정부의 입장입니다.
개정안은 정부의 지역사랑상품권 활성화 기본계획을 의무조항으로 만들었습니다. (개정안 제3조의2)
아울러 같은 조 제8항에서 지방자치단체도 지역사랑상품권 활성화를 위하여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도록 했습니다.
특히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위한 재정지원을 정부의 의무로 정한 제15조의 제4항에선 해마다 지자체로부터 관련 예산을 신청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설명
정부는 이런 조항들이 지자체의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강제하고, 스스로 결정해서 추진해야 할 자치 사무를 통제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겁니다.
대표적으로 지방재정법 제20조에서 '지자체의 관할구역 자치사무에 필요한 경비는 그 지방자치단체가 전액 부담한다'는 내용입니다.또 관련 개정안에 따라 상품권 사업을 중앙 정부의 규제에 따라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지방자치권 설명
지방자치권과 관련한 조문을 찾아봤습니다.
헌법은 제117조 제1항에서 지방자치에 대해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조 제2항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는 법률로 정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문에 대해 헌법을 가르치고 있는 법률가에게 문의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은 고유한 권한이 아니라 헌법 영역 내에서 국가로부터 나오는 권력이라고 설명합니다. 즉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규정은 헌법에 의한 것이며 조직화된 국가의 한 부분으로서 법률에 따라야 한다는 겁니다.
결국 자치 사무의 범위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언제든 달라질 수 있고, 이는 입법자인 국회의 권한이란 취지입니다.(헌법 제40조)
정부가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에 대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만, 지자체의 예산 신청 범위에 따른 것이고 최종적으로 국회의 심의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상품권 발행을 강제하는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자체의 자치권을 침해했다는 것도 사실로 보기 어렵습니다.
3. 정부 예산편성권을 침해한다?
"둘째, 헌법이 부여하고 있는 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침해할 소지가 큽니다. 이 법률안은 지방자치단체가 행정안전부 장관을 통해 지역사랑상품권 관련 예산을 신청하면 예산 요구서에 의무적으로 반영토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법률안 시행만으로 정부가 재정 지원 의무를 지게 됨에 따라 헌법상 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침해하여 삼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할 우려가 있습니다." (한덕수 총리, 국무회의 발언)
헌법 조문 해석
관련 헌법 조문을 확인해봤습니다.
헌법 제54조 제2항은 정부에게 예산편성권을 부여해 일차적으로 예산을 기획하는 것을 정부의 업무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만 보면 정부의 주장이 사실로 보입니다.
그러나 해당 조문이 있는 위치를 정확히 봐야 합니다.
헌법 제3장 국회에 관해 규정한 내용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같은 조의 제1항이 '국회는 국가의 예산안을 심의·확정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편성한 예산의 심의 확정권을 국회에 준 겁니다.
제55조에서 제56조까지도 모두 정부의 예산에 대해 국회가 의결하거나 승인하는 등의 요건을 정해두었습니다.
특히 제57조에선 '국회가 정부의 동의없이 제출한 지출 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했습니다.
국회가 선심성 예산 항목을 신설할 수 없도록 하는 견제 장치도 마련한 것입니다.
지역사랑상품권 해석
다시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하는 업무를 보겠습니다.
상품권 발행 업무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을 심의하는 과정도 아니고 법률의 내용을 개정해 새로운 지방자치사무를 규정하는 것으로 국회의 넓은 입법권에 포함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입법자인 국회는 특정 사무를 지방자치단체에 재량권을 줄 것인지 말 것인지를 정할 수 있습니다.
이는 국회의 입법권 영역으로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헌법이 부여한 예산편성권을 침해했다는 건 사실로 보기 어렵습니다.
지역화폐법 개정안에 대한 정부의 거부권 입장
정부의 입장 | 팩트체크 | 결과 |
개정안이 부익부 빈익빈을 초래한다? | 개정안을 보수적으로 해석해 행안부가 지자체의 재정자립도에 따라 국비지원 규모를 조절할 수 없게 되더라도, 기재부를 통해 재정 형편이 어려운 지자체에 추가 지원이 가능한 셈입니다. | 거짓 |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을 침해한다? | 정부가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에 대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만, 지자체의 예산 신청 범위에 따른 것이고 최종적으로 국회의 심의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상품권 발행을 강제하는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 거짓 |
정부 예산편성권을 침해한다? | 상품권 발행 업무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을 심의하는 과정도 아니고 법률의 내용을 개정해 새로운 지방자치사무를 규정하는 것으로 국회의 넓은 입법권에 포함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국회의 입법권 영역으로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습니다. | 거짓 |
출처:
JTBC [팩트체크] 지역화폐법 개정안 부익부 빈익빈 초래한다? [바로가기]
JTBC [팩트체크] 지역화폐법 개정안 지자체 자치권 침해한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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